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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있수다 리뷰/타지역

[제주도]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생명의 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장소 : 제주도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전시일정 : 상시전시

작가 : 김영갑

장르 : 사진

입장료 :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아동 1000원

 



 겨울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하늘은 맑디맑았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림같은 풍경을 뽐냈고, 그 덕에 내 마음도 산들거렸다.

네비게이션에 두모악을 치고 제주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면서 왜 그가 제주에 마음을 붙였는지 이해했다.






그렇게 산들거리는 날씨를 맞이하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도착했다.

제주의 비경에 반해 충청도에서 태어나 사진을 위해 정처없이 떠돌던 사람 김영갑.

두모악은 폐교를 개조한 작업실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의 젊은 작가에겐 열정이 가장 큰 재산이었을 거다.



 그렇게 마주한 두모악은 처음부터 쓸쓸했다.

그의 모습을 닮은 인형이 친히 입구에서부터 맞이한다. 근데 왜 마음 한구석이 이렇게 씁쓸한것일까..






그래서인지 곳곳엔 그를 기리는 동료들의 작품이 마당을 꾸민다.

왠지 수련의 화가 모네가 말년을 보냈다는 지베르니의 마당이 느껴졌다.






작은 분교라서 그런지 작고 아담한 갤러리.

갤러리의 크기는 생각보다 매우 작았다.

입구에 들어가면 매표소가 있는데, 입장권은 그의 작품을 담은 엽서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은 그의 작업실.

생전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 작업실엔 주인만이 없다.






그에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고 있고,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작품들 속에는 그가 사랑한 제주가 그려져있다.













이어지는 그의 작품들.

작품들 사이사이엔 그가 쓴 책이야기가 함께 전시되고 있다.

 

그의 사진은 하나같이 역동적이다. 거친 생명력이 담겨있다.

그는 그의 책 한구절에 그의 나태했던 삶을 후회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시간들을 한장의 사진에 모두 쏟아냈다.

자연은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했을까.










학교 뒷편엔 그가 몸이 완전히 굳기 전, 거닐었을 산책길이 맞이한다.

자신의 몸이 굳어간다는 것을 느끼는 삶은 어떨까.

그에겐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일을 더이상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작품 속 제주가 너무 좋아 제주에 터전을 마련한 그에게 제주에서의 마지막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리고 갤러리 뒷편엔 무인카페도 운영된다.

다소 일찍 끝나서 서둘러야했다.

아쉽게도 우린 바로 앞에서 영업이 끝이나버려서 아쉽게 다음을 기약했다.




정감있는 우체통이 우릴 배웅했다.






뒷마당엔 돌담길이 멋들어진다.

이 학교에서 함께 뛰어다녔을 아이들의 모습도 생각난다.

저 구멍 사이로 아이들은 어떤 상상을 펼쳤을까.





이제 남겨진 것은 작은 운동장을 메운 사람들의 그리움이다.

사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을 읽을때는 막연히 이곳을 동경했다.

그리고 내가 찾은 두모악은 상상보다 소담스러운 모습으로 날 맞이했다.

화려한 갤러리를 생각하기보단 살짝 내려놓는 공간으로 찾았으면 좋겠다.

이곳에서는 다른 것에 쫓기며 나를 파괴하며 만드는 작품이 아니라 자연에 물아일체된 내가 전하는 이야기가 들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