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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있수다 리뷰/전시

[전시리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별일아니다, Wait and see" 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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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전시, 별일아니다 & Wait and see"

장소: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기간: 2014.01.18~ 2014.01.28

참여작가 : 김선하, 임지희

 

청주 미술창작스튜디오는 2007년에 개설된 예술 교류공간으로 용암동 청주시립도서관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미술문화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시각예술을 알리기 위해 개관되었으며, 미술작가들에게 창작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스튜디오 입주 작가와 외부 미술전문가들의 연계를 통해 이들의 창작능력을 배양하고 고취함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전시는 두명의 작가분들이 참여하였습니다

"Wait and See"라는 작품의 김선하 작가

"별일아니라"라는 작품의 작가 임지희 작가

 

 

깔끔하고 감각적인 외관이 돋보입니다.

  

들어가면 입구에 바로 여러가지 도록과 자료들이 준비되어있습니다.

문화공간답게 아주 깔끔하고 자주 오고싶은 그런 공간이네요.

 

 

먼저 김선하 작가의 Wait and See를 보러 들어갑니다.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외관입니다.

 

 

내부의 공간 전체가 어두컴컴하고 텅텅 비었습니다. 커다란 스크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전시장에 잘못들어온줄 알고 순간 당황했었는데..

벽면 하나를 차지한 커다란 스크린 속에

오래 된 컴퓨터가 오류나서 깨진듯한 문자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며 어지럽게 움직입니다.

 

 

컴퓨터가 마치 해킹당한것처럼.. 이상요란한 문자들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댐을 관리하는 신입 직원이 쓴 수필 컨셉의 내용인데

글 자체에 무미건조하면서도 해괴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아마도 화면의 방식때문이겠지요.

마치 병실일기를 보는것같은 그런 기분...

어두컴컴한 공간에 파란빛이 감돌아 분위기가 제법 으스스합니다.

텍스트를 저렇게 아무렇게나 휘저은것과 마치 글자들이 댐이 무너져서 범람하듯이

물에 잠기며 점차 형태를 알수없게 흐트러져가는 과정 그 자체가 작품의 의도인것같네요.

실제로 처음 두줄 정도는 아무문제 없다가

점차 파란색 배경에 잠기기 시작하며 읽어내려갈수록 텍스트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스크린이 물에 잠기듯 점점 깊어져만 갑니다.

맨 마지막의 글자들은 아예 갈기갈기 휩쓸려버렸네요.

이 텍스트 자체가 터져버린 댐처럼 범람하는것같습니다.

 

기분이 뭔가 이상해지는데 저 스토리에 또 빨려들어갈것같습니다.

 

 

이 공간 한쪽 구석에 폐쇄된듯한 작은 공간이 있어서 가봤더니 계단이 있더라구요

계단도 좁고 마치 폐가의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으스스했고

2층에 희미하게 불이 켜져있는걸로 보아 연계전시가 있는것같아 계단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이 계단은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통로 역할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전시되는 두 작품의 분위기가 모두 으스스 하거든요 ㅎㅎ

 

 

 

 

2층에서 내려다 본 계단의 모습입니다.

 

 

 

 

올라가보니... 갑자기 소름이 쫙..

1층의 으시시함을 맛보고 2층으로 왔는데 마치 홀려서 공동묘지에 온듯한 으스스한 분위기가 압도적입니다

 

내가 설마 흉가에 온건 아닌가.. 귀신에 홀리는건 아닌가..

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모노톤의 기괴한 그림들이었습니다.

이 공간에 딱 들어왔을때 섬뜩한 느낌에 압도당했습니다.

 

 

꽃인것같기도 하고 묶여있는 천인것같기도 하고.. 바람에 나부끼는건지 저 천이 발악을 하는것인지..

생명감이 없는 모노톤임에도 불구하고 생동감이 넘쳐 흐릅니다

마치 살려달라고 발버둥치는것처럼

 

 

 

 

 

기괴한 그림들이네요

사진이 흐려서 그런데 사실 저 사진속의 인물들은 모두 머리카락에 휘감겨있습니다.

작품의 표현방식, 색채, 드로잉 등등 실제로 보면 굉장히 음울한 느낌이 강합니다.

사진에서는 표현이 잘 안되서 아쉽지만..  

몸 위에 걸쳐진 저 검은부분이 모두 머리카락입니다

머리카락이 온 얼굴을 뒤덮고 몸마저 뒤덮어버렸고

첫번째 사진은 배경이 밭인데.. 밭에서도 머리카락이 자라나고있는것처럼 표현이 되어있습니다.

밭 자체도 모발 하나를 굉장히 크게 확대시켜놓은것처럼..

처음엔 기괴하고 무서웠는데 계속 보고있으면 이 그림속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에 빨려들어갑니다

 

 

 

뭐랄까.. 이 전시실과 1층의 댐 수필이 있는 전시실이 뭔가 연계되는것같은 느낌이었어요 

나는 동일작가의 작품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이그림은 머리카락에 완전히 휘감겨버린 여자들이 알수 없는 손에 의해 강 깊은곳으로 인도되어 끌려들어가는 모습입니다.

머리카락에 완전히 가려졌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수 없고

그냥 맹목적으로 끌려가는것입니다

아득히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저 강은 죽음일까 아니면 역경일까?

저렇게 걸어들어가다가는 강바닥이 깊어질무렵 물에 잠겨 죽을것같은데..

저 손들은 왜 사람들을 강 깊은곳으로 인도하는것일까

 

 

 

 

머릿카락에 휘감긴 또다른 사람이 강으로 향해 걸어들어가고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살할때 익사하려고 강에 걸어들어가는 모습같이 보이네요

사실 이 강은 여러가지로 해석해볼수 있겠네요

함정, 위험, 죽음, 고난으로 해석할수도 있고 자기만의 세계 및 무의식으로 해석할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생각과 상황에따라 해석도 바뀌겠지만요

 

 

 

이 그림들의 공통점은 그림속의 주인공들이 머리 전체가 머리카락에 휘감겨있는데도

벗으려 발버둥치지 않고 오히려 가만히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원해서, 혹은 포기해서 머리를 휘감아버린 저것을 벗으려 하지 않는거겠지요

 

 저 그림들을 보며 세상의 더러운꼴이 보기 싫어서 눈을 감고 자기만의 폐쇄적인 세계로 빠지는것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 제가 그림들을 보며 느낀점을 글로 써보았습니다. 

그 작품은 알 수 없는 오묘한 우울감을 주었다. 음울하고 음침한 한이 맺힌 드로잉. 그녀의 작품은 마치 방치된 지 오래된 낡은 폐허같다. 아무도 없는 폐쇄된 공간.

 

그림에 생명이 없는, 눅눅한 평온함과 세상에서 멀리 소외되어버린 그 곳. 아무나 찾아갈 수 없는, x좌표와 y자표가 우연과 일치해야 진입할 수 있는 공간.

 

시간감이 현실과 단절되어버린 그 공간. 처음 들어섰을때는 등골이 오싹했지만 이내 음울하게 안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물귀신같이 내 정서를 잡아끄는 느낌.. 그 음울함은 머릿카락처럼 사람의 정신을 휘감아버린다.

 

머릿카락을 형상화한 듯한 배경과 드로잉기법. 가슴 속 맺힌 한에서 뻗어져나와 끝없이 자라며 잠식해버리는 머리카락들.

 

전시실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그림을 보니 더 춥고 으시시한 느낌이다. 그 그림들은 확실히 사람의 온도마저 물리적으로 낮추어버리는 작용을 한다.

 

얼어버린 잔해, 생기가 없어진 땅을 밟는 느낌이었으니까. 정신적 차가움을 물리적 차가움으로 전환시키는 그 곳.

 

소름끼치지만 이내 알 수 없이 음울한 편안함으로 바뀌는 그림들. 세상에 휩쓸려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깊은 강바닥으로 향해 걸어들어가는 사람들.

 

손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자살의 길로 걸어들어가 익사해버리는 그 곳.

 

' 머릿카락에 가려져 앞을 볼 수 없고 보고싶지도 않아요. 암울한 세계에서 가슴 속 맺힌 한으로 눈코입귀를 막아버렸으니까요.

 

우리는 기득권자들의 알 수 없는 조롱에 휩쓸려 파멸의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제발 우리를 살게 내버려두세요.

 

우리를 핍박하지 말아요. 현실은 발버둥쳐도 바뀌지 않으니 그냥 우리가 알아서 눈코입귀 칭칭 감아버리고 살게요'

 

 

*

 

 

 

온몸을 완전히 칭칭 감았다

'나는 그냥 이 안에 갇혀있을래요'

라고 말하는것같다

 

 

 

"혼자만의 세계에 은둔하고싶은데 왜 자꾸 나를 못살게 구는거에요

사회의 압박속으로, 비인간적인 경쟁속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아요"

 


 

이상 임지희 작가의 별일 아니다 였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전시 제목이 별일 아니다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게 별일 아닌 것처럼 끌려들어가서 그런건지..

자신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전시실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내면 속 자아는 별개의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의 일은 내 알 바 아니야"라는 식으로 달관하는것일런지도 모르죠

 

이 전시실에서 오랫동안 그림을 관찰하였습니다

뭐랄까.. 우울함은 한번 잠기면 그 안에서 나름의 정신적 평정감을 느껴 밝은곳으로 걸어나오고싶어하지 않는것처럼

 사람의 정서를 장악하는 장력이 느껴지는 그림이었죠

 

"우울은 늪같은 곳이다

빠지기는 엄청나게 쉽지만

온몸이 끈적하게 붙잡혀 걸어나오기는 매우 힘든 곳"

 

 

이 작품속 세계는 무미건조하여 경쟁도 괴로움도 잔인함도 행복도 없다

경쟁에 지쳐간 사람들은 아마 이 곳에 온다면 이 분위기에서 나오기 싫을 것 같다

왜냐면 여긴 시간이 멈춘곳이니까 "

 

 

 

 

오랫만에 이렇게 작품을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우울한 위로라고 제목을 붙이고 싶습니다.

분명 우중충하고 우울한 작품들이지만 작품을 보고 나면 도리어 마음이 안정되었거든요

최근에 스트레스 많이받았는데 마치 산소를 마신 느낌입니다.

 

  

전시기한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많이들 구경오세요 ^^ 


 

W r i t t e n  B y  K i a r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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