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히 젖어드는 흐린 날씨, 요즘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낄법한 따분하고 피곤한 마음을 뒤로하고
미래없는 아쉬운 사랑에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켜줄 돌파구를 찾기위해 전시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청주 무심갤러리,
뭐랄까 이름만 들어선 그냥 무심천 근처에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그린치과 바로 옆에 위치해있었다
그린치과..... 날때부터 치아가 약골이었던 꼬마시절 놀이터만큼 밥먹듯 드나든 나의 공포의 장소 넘버원이었다......^.ㅠ
미술관같고 포근포근하게 꾸며진 독특한 치과지만 그곳에 가면 ㅠ.ㅠ 어릴적 치과의 고통에 비명지르던 어린 내가 있었다
버스타고 맨날 지나다녔지만 20년 넘게 단한번도 가본적 없는 그곳 근처를 간다!
참고로 관람료는 당연히 무료임 ♥ 고마워라 ^^♥♥♥♥♥
유명작가 판화전
소장작품 상설전
무심갤러리는 그린치과 바로 옆 지하에 위치해있다
비교적 아담한 전시공간이지만 보기좋게 걸려있는 전시작품들과 눈인사를 한번 해주고~
시원한 에어컨바람 맞으며 조용한 공간에서 그림을 감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품은 구매도 가능하다고 한다 ^^
<<황규백, Two Bottles>>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부터 천천히 둘러보는데
공예비엔날레의 맨 첫번째 전시장이 생각나는 저 배경과
시간이 지나도 그자리에 머물러있을것같은 편안한 와인병들이 그려진 그림이 있었다
사진에는 잘 안나왔지만 실제로 보면 배경이 일반 페인트된 콘크리트벽처럼 세월감이 느껴진다
보고있으면 나도 같이 편안해지는 그림이다
한국근대문학과 어울릴법한 감성적인 그림
인생이 향해가는 방향과 시간의 경과가 그림에 담겨있는 것 같다
^등뒤에서 라는 작품
이 전시관에 있는 작품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바로 요 작품이다 ^^
판화의 특징인 단순하고 투박한 선에 모든 감정이 간단하게 압축되어있는 느낌
내 정서와 가장 잘 맞아떨어져 그림을 보자마자 뇌리에 척척 감겨오는 공감
실제로 창문은 아내의 바로 옆에 있겠지만 저렇게 작게 그려놓아 닿을 수 없이 저 멀리 떨어져있는것처럼 보인다
마치 막막하면서 몽롱한, 무언가에 혼이 나가버린듯한, 인생에서 길을 잃은 느낌
글쎄 미래의 남편이 나의 저런 모습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동양 전통화에서 볼법한 꽃없는 매화나무같고
어떻게보면 운동장에 설치되어있는 철그물망같기도 하고
불규칙한 선과 모양구조, 그리고 여백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노동을 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루는듯하다
자연적이기도 하고 인공적이기도 한
단순해보이지만 단순하지 않은 그림 ^^
<<정길채, 기억속으로3, 목판화>>
목판화 치고 나름 아기자기하면서 강렬한 그림 ㅋㅋ
꿈꾸는 밤하늘 아래, 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숨어있을 것 같은 밭이 파도처럼 출렁출렁 넘실거린다
각기 다른 세월속, 기억의 단편들이 모여 파도처럼 뇌속으로 밀려든다
<<정길채, 행운의 나무,>>
이 나무는 왜 행운의 나무일까?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려서 그런걸까?
나뭇가지를 둘러싸고있는 판화 노이즈가 마치
나무가 숨쉬고 움직이는것처럼 생동감을 더해주는것같다
<<유의랑, A Moment of Rest-seaside>>
마음에 드는 작품 중 하나 ^^
이 전시관에 유의랑 작가님의 작품이 두 점이 있었는데
복잡한 일상을 떠나 혼자 자연기행을 온것같은 평화감을 선사해준다
그래서 둘다 마음에든다
그런데 왜 피크닉을 온것처럼 느껴질까?
그건 바로 저 그림 한켠에 그려져있는 돗자리와 사물때문이다
그냥 돗자리에 물건하나 추가했을 뿐인데 단순한 풍경화와 스토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풍경화는 주인공이 풍경 그자체가 되지만
이 그림에서는 주인공이 바로 나 자신이 된다
그림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또한 그림에 "여름"색을 원없이 사용하였다
왠지 이 작가님은 컬러를 공부하셨던 분일 것 같다
색상에는 쿨톤, 웜톤이 있는데 창백하고 시원한 느낌의 쿨톤 컬러중 하나가 여름컬러이다
퍼스널컬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접해봤을 청량감있고 상쾌한 컬러들
그래서 그림에서 상쾌한 여름향수의 냄새가 나는것같다
<<유의랑, A Moment of Rest-filed>>
역시 같은 작가님의 그림이지만 이 그림은 선이 가늘고,
색연필을 사용한것같은 텍스쳐감이 느껴진다
역시 한켠에 돗자리와 피크닉바구니를 배치하였다
기법으로 봤을때 분명 사진처럼 실제같지 않지만
아주 현실적이고 내가 저 장소에 실제로 있는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 피크닉바구니의 천이 사진에서는 잘 안나와있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에스닉하고 이쁘다
이런 자연적이고 몰입도 높은 그림 너무 좋다
<<임영채, Nest>>
소박하고 알록달록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산꼭대기나 헬리콥터를 타고 위에서 내려다보는것같은 구도이다
아옹다옹 부대끼며 사는 마을 주민들의 터전
주변 풍경을 일부러 모호하게 그려놓아서
어찌보면 밭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홍수에 범람한 모습같다
상상은 각자의 몫!ㅋㅋㅋ
<<이미숙, 비내린 후에 생긴 웅덩이>>
멀리서 봤을땐 촛불같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가운데에 있는것은 엉성한 나무였다
뭐랄까 내가 봤을때 이 그림이 주는 느낌은
"군중속의 고독감"이었다
주변의 노란색 덩어리들은 행복하게 아옹다옹 사는 다른사람들의 모습이고
가운데 검게 드리워진곳은 바로 우울하고 외로운 나의 세계
생기를 잃은 척박한 땅에 나뭇가지도 나뭇잎도 하나 없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른 새싹들이 감히 발을 들일 수 없는 나의 어두운 세계
그리고 나의 세계에서 뿜어져나오는 어두운 아우라는 때로는 주변사람에까지 전이된다
(그림속 검은부분 테두리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마구 흐트러져있는점)
어쩌면 살면서 받은 무수한 상처들로 인해 나만의 땅이 척박해진걸지도 모른다
나의 세계는 저렇게 넓고 크니
속하지 못할 활기찬 공간마저 잠식해버린다
<<이청운, 안다르시안>>
이 그림은.... 라라라라라랄라라~ 널좋다한다고~
하얀색 맥시원피스를 입고 비듬안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꼭 검은색이어야만 함 ^^)
자전거 앞주머니에 꽃바구니 하나 달고 달려가야할것같은 그림!
ㅋㅋㅋㅋ 포카리스웨트가 생각난다
동생이 하던 아바라는 게임에서도 자주 보던 맵
신혼여행으로도 인기좋다는 그 여행지!
이 그림의 색감이 너무 예쁜것같다
낮은 채도에 톤다운되고 깨끗한 하늘색이
음울하며 은은하고 부드러운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채도높은 활짝 핀 꽃들을 그려 자칫 음울하고 지루해보일 수 있는 그림이 생기있고 아름다워졌다
싹튀우기라는 판화 작품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인상깊던것은 바로 저 화분 파트!
실제로 보면 굉장히 빈티지하며 입체감이 잘느껴진다
저렇게 솔직하고 실제같은 텍스쳐감을 판화로도 낼수있다니 ^ㅇ^
화분의 모양도 너무 이쁘게 소화해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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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방법
버스를 타고 시계탑 정류장에서 내리면 얼마 안걸어가서 바로 보인다!!!
그린치과만 찾으면 바로 오케이 ㅋㅋㅋ
사창사거리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으니
충대주변에서 데이트 하다 잠깐 넘어와도 될것같다
자세한 정보는 요기로!
http://www.moosimgallery.co.kr/exhibition_000.asp
* 관람시간 *
<하절기>
월~금 : 오전 10시 ~ 오후 7시
토,공휴일 : 오전 10시 ~ 오후 6시
<동절기>
월~토 : 오전 10시 ~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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